예측하지마라. 당신이 상상한 모든 것의 그 이상 - 2008 대한민국
가짜잡지 N0.2


2007년 7월 중국에서 흥미로운 해외토픽 하나가 올라온다.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 푸민(富民)현 정부가 라오서우산(老首山) 산허리 전체에 녹색 페인트 칠을 해 '녹화' 사업을 한데 대해 주민들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덧붙여 당시 페인트 조색작업에 참여했던 인부들은 “녹색 페인트를 칠한 라오서우산(老首山) 정면은 곧 준공될 푸민현 당 위원회 건물이 마주하고있어 임업국은 ‘녹화사업’을 통해 풍수지리가 바뀌길 원했고, 또 민둥산을 바라보는 것보다 수풀이 우거진 것처럼 보이는 녹색페인트를 칠해 마음에서 위안을 삼으려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하지만 결국 ' '풍수지리사상'과 '개발'이라는 불가분의 개념이 결합한 중국발 '대지 미술'의 내막에는 지방 조경사업으로 배당된 공금의 조직적인 횡령이 있었고, 이것은 '천민자본주의'로 대표되는 희대의 공무원비리 사건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리고 2008년 우리는 대한민국 심장부 광화문 한복판에서 또 하나의 '대지미술'을 마주하게 된다. 이순신 동상 앞에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를 설치 그 위에 그리스(공업용기름)을 바르고 태극기를 메달은 주체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저 '콘테이너 박스'는 지난 2007년 중국의 '녹화사업'을 연상시킨다. 네티즌들에게 '국보 0호 = 명박산성'이라고 명명된 이 콘테이너 바리케이트는 '어청수'라는 현직 경찰청장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사실 그가 부산 경찰청장으로 재직시 처음으로 아셈회의 시위대를 통제하기 위해 최초로 설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바리케이트 '공법(?)'은 흥미롭게도 아래 이미지에서 그 역사적 '원류'를 찾아볼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키워드였던 현대 건설 회장 - 정주영은 80년대 초 바다를 메워 옥토를만드는 대규모 간척사업을 착수했다. 이는 한국의 서쪽 해안의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였다. 엄청난 규모의 바다를 막아 농토로 전환하는작업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며, 그 중 최종 물막이 공사는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1984년 정주영은 노후화된 대형 유조선을이용해 엄청난 압력의 물의 흐름을 막아 둑을 완성하는 '유조선 공법(일명 정주영 공법)'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여의도의48배에 해당되는 서해안을 간척했다. (동아일보)

지난 대선 '국민성공시대'라는 슬로건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신화적 '배경'이자 70-80년대 한국사회를 지탱했던 건설 이데올로기의 선봉장인 정주영의 <유조선공법>이 2008년 광화문 명박산성의 기원이 된다는 주장은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사실80 년대 정주영의 <유조선 공법>사진이 보여주는 논리란 오늘날의 <명박산성>과 비단 다를 것이없다. 이것은 마치 지난 날 정주영의 후광을 입고 고속 성장을 해왔던 이명박의 신화, 즉 "유조선'에 실린 "콘테이너 박스"처럼 서로에게 기생할 뿐인 것이다.

1987년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이명박'을 연기했던 유인촌, <역사스페셜>의 진행자였던 바로 그가 현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있는 현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이며 이러한 역사적 이미지들의 서로간의 기생관계는 마치 박근혜가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는 과정과 매우 흡사해보인다.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그 시절, 약 10년동안 농촌 곳곳에는 매일마다 무려 30만부에 가까운 정부 대홍보책자들이 유포되었는데 그 홍보책자 메인에는 항상 농민들과 함께 찍은 박정희 사진들이 등장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뒤에는 (아래 사진에서 볼 수있듯) 박근혜가 한 편에 서 있었다.


비료농장을 시찰중인 박정희 정주영 박근혜

동시대의 이미지란 이처럼 과거에서 기인하며 일정한 '기점'을 통해 반복 재생산된다.오늘날 박근혜가 입고 있는 후광의 실체는 하루에 30만부라는 경이로운 스코어(!)가 증명하듯 지난날 국가 권력이 언론을 조작하고 통제하며 영향력를 극대화 시켜왔기에 가능했었다. 만 약 당신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정된 '레토릭'을 10여년동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왔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그것은 어떠한 형태로든지 자신의 삶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하나의 '상'으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상'이란 프로이트가 언급했던 "거세 컴플렉스"와 비교될 수 있다. -(거세공포를 느낀 아이가 어머니의 남근이 되려는 갈망을 포기하고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또 하나의 아버지를 꿈꾼다는 컴플렉스)결 국 박정희의 딸에서 2008년 '얼음공주'라는 애칭으로 귀환한 박근혜의 '여성성'이란 자신들의 '딸'처럼 끊임없이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며, 박근혜의 '얼굴'을 통해 박정희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보수진영의 남근적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결국 격동의 70년대를 통과하던 남성이데올로기의 혼탁한 틈바구니 속에서 생존한 박근혜의 처세술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거세하는 것이었고 이것은 2008년 정치인 박근혜에게 '침묵'이라는 정치적 수사로 발전한다.

<집회 2.0>- 반복되는 역사의 이미지. 전복되는 기억의 잔재들.

5.18을 다룬 영화 <꽃잎> 그리고 최근 다음 아고라에서 큰 이슈를 몰고 왔던 한 장의 사진.

6월 첫째 주 한겨레21(제 713호) 표지 메인을 보면 한 여성이 시위장에서 촛불을 들고있는 배경사진과 함께 '민주주의 새 날'이 라는 데스크의 다소 감격에 찬 카피가 등장한다. 지난 한달 동안 매일마다 광우병 대책회의는 '촛불소녀'라는 케릭터가 인쇄된 전단지 및 스티커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으며. 장애인 연대와 동성애자 모임과 같은 소수자 모임들도 각자의 깃발을 가지고 광화문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경찰의 강제진압이 본격화되자 시민들을 지켜주기 위해 예비군 부대가 등장한다. (곧 이어 예비군 부대와 함께 하이힐 부대, 유모차 부대라는 신조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사실 위와 같은 이미지 수사가 우리에게 낯설었던 것은 아니다. 장선우의 영화 <꽃잎> 포스터에서도 보듯 언제나 '정치'란 장르에는 여성이라는 '클리셰'가 등장했었다. 이것은 아마 '한미 FTA에 반대하며 분신자살한 농민'보다는 '이한열'과 같은 대학생이,이러한 '남학생'보다는효순이 미선이와 같은 '여중생'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대중을 선동하는데 있어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지난날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날 민주화 투쟁과정에서 반복되어 왔던 정치적 수사 즉'열사'라는 존재가 2008년 광화문에서 '촛불소녀'나 '고려대녀'로 이어지는 주체의 페러다임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는 다같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번 시위에서 등장한 예비군 부대라고 명명되는 집단의 성격이 다소 '코스프레'에 가까운역활극에 멈춰있다고 전제해도 여전히 논의의 유효성을 갖게되는 것이다.


2008년 광화문 그리고 5.18 광주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보다 못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갖게된다. 이러한 측은지심은 종종 대상화의 오류들을 범하곤 하지만 이러한 연민의 대상들이 광장의 영역으로 유입되고 상징성을 부여받을 때 그 대중적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어선다는 것을 이번 촛불 시위를 통해 재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감정이입의 대상들의 대다수가 곧 여성의 역할로 귀결된다는 것이고 이에 편승한 기성매체들이 끊임없이 고정된 여성상을 규정 재소비한다는 것이다. 지난 날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진압군을 상징했던 군복이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맞대응하는 시민의 방패로 사용되는 현실도 무척이나 생경하지만 '부대'와 같은 남성중심적인 표현들을 2008년 광화문 광장과 언론 곳곳에서 조우한다는 현실은 무척이나 마음 씁쓸한 일이다.결국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촛불소녀'로 편입되거나, 혹은 하이힐 '부대', 유모차 '부대' 같은 남성 이데올로기의 부산물로 격하되어 여성 스스로 자신들을 호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했다.

웹<2.0> 변화하는 대중,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다.

한국의 기성언론들이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 지겨운 이미지의 수사들을 토해내는 그 시점, 광화문에 설치된 명박산성이라고 불리는 저 콘테이너 바리케이트는 인터넷이란 공간으로 들어와 수많은 이미지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주로 패러디란 성격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출현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패러디'란 속성상 원전을 기대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원전에서 출발하되 어느 순간에 이르러, 과감한 ‘이별’을 선언할 때야 말로 패러디의 힘은 극대화된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의 명박산성 패러디들 중 대부분은 대중의 집단 무의식에서 출발하는 지난 날의 이미지들과 함께 뒤섞인 개개인의 욕망들이 다층적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사회의 대중들의 욕망이란 노골적이며 때때로 급진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진행한 '정책'이 원인이 되어 불타버린 숭례문의 흔적이 오늘날 명박산성의 콘테이너 박스, 즉 '불에 타지 않는' 물질성로 대체되어 되돌아왔다. 결국 대중의 무의식 아래 사용되는 저 '컨테이너 박스'들은 본래의 사물이 가지고 있던 기호적 의미를 뛰어넘어 일종의 사회적 '초기호'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게된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 그리고 눈부신 유희의 광장.

오늘 연합뉴스 보도(6월 21일)을 보면 광주 금남로에서 명박산성 올라타기라는 대규모 퍼포먼스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촛불시위'라는 현정권에 대한 대중적 저항운동이 앞으로의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를 예측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작된 -플래쉬몹-과 같은 놀이문화를 학습한 지금의 세대들은 온라인이란 출발점를 가지고 오프라인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자발적 세력화는 좌우 이데올로기에 학습되어 있는 기존의 운동권 및 보수-진보진영에게 큰 메세지를 던져준다.이제 한국의 정치세력들에게 대중을 선도하는 원심력이란 이데올로기가 아닌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을 광화문이란 유희의 광장으로 호출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처럼 급변하는 한국사회 속에서 대권을 노리시거나 이상적인 정치집단 즉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되길 원하는 꿈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제가 한가지 '팁'을 알려드린다. 먼저 오늘날의 이미지들을 분석해 그 안에 꿈뜰대고 있는 대중적 욕망들을 읽어낼 수 있는 '선구안'을 길러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의 '선구안'이 '수준급'이 되었다고 평가하신다면 그 다음 순서는 <디시인사이드>와 <다음 아고라>에 올려보시길 바란다. 만약 당신의 정치적 '수사'가 다음 베스트에 못 올라가신다면 베스트에 올라갈때까지 조용히 와신상담 모드로 '버로우'하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나 섣불리 결과를 예측해서 좌절하시진 마시라. 판단은 금물. 2008년 대한민국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