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섬해적단, 붉은 깃발을 들어라.>

­-밤섬해적단은 '밤섬에서, 경제와 자본의 중심지인 여의도를 습격하자'는 뜻을 담은 밴드 명이다
-밤섬해적단은 2인조 그라인드 코어 밴드이며 ‘노동조합’을 지향하고 있다.
-­2010년 첫 공연에서 존 케이지의 4분 33초를 10초간 커버한 뒤 망신을 당했다.
-2011년 “글로벌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영어 몰입”공연에서 가사를 제외한 모든 멘트를 영어로 진행했다
-2012년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본부스탁” 페스티벌에서 ‘김정일만만세’를 불렀다가 보수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13년 박정근 국가보안법 공판 변호인 측 증거자료로 1집 앨범 ‘서울불바다’가 채택되었으며 드러머인 권용만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글을 쓰기 전 내가 그들에 대해 처음 영화를 찍으려 결심했던 까닭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멍청하게도 딱히잡히는 이유는 없었다. 단지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2010년 당시 나는 미술작가와 영화 감독 사이에서 미래를 고민하고 있었고, 2000년대 초반 ‘포스트­민중미술작가’들의 작품들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던 시기였다.미술이 아름다운 이유는 너무나 잘 알겠고, 한편으론 한국의 정치적 미술의 젠체에도 질식할 것 같았던 그때, 어느 날 유튜브를 보다가 멸공 헬멧을 쓰고 경찰 자켓을 입고 있는 한 밴드의 공연 영상을 보게되었다.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부정부패 척결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구멍가게를 이용하라!
북괴의 지령이 내려졌다! 김대중을 추모하라!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수록곡,북괴의 지령 중 ­

총 42곡 그러나 러닝타임은 52분밖에 안 되는 첫 데뷔앨범 <서울불바다>, 무언가 열심히 부르고는 있는데 소음만 들리고 그 소음에 내용이 있다며 공연 내내 친절히 가사를 설명하고 있는 밴드가 있다. “아무 곡이나 골라 들어라. 어짜피 그 곡이 그 곡처럼 들릴 것”이라는 한 음악 평론가의 말을 차치하더라도, 한국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음악적 자양분으로 삼는 그들의 가사는 신선했다. 그러나 공연내내 소음으로 전달될 뿐이며 관객들은 이내 귀를 막고 등 돌아 나가버리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순간 이들의 공연장면은 나에게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정확히 비유하는 하나의 ‘풍경’처럼 보여졌고 이들의 음악을 영화로 다시 ‘번역’해주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지금부터 민주 열사 박종철을 트리뷰트 하는 곡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잠시 침묵) “퉁” (베이스 소리)
(드럼스틱 소리) “탁” (침묵)

위의 상황은 영화로 제작하기 결심한 뒤 첫 촬영에 있었던 실제 공연장면을 글로 다시 옮긴 것이다. 곡의 제목은 <‘턱’치니 ‘억’하고>, 러닝타임은 1초.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는 당신을 위해 바로 이어 다음 곡을 ‘읽어’보자.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1944년에 태어난 작곡가 김정일의 호는 예산이며 가수 김상아의 아버지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사랑했어요, 못 잊을 건 정, 흙에 살리라 등이 있다!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1908년대 태어난 독립운동가 김정일의 호는 황파이며 평양점원상조회를 조직하여 항일운동을 했다!
1935년 평양형무소에서 순국하셨고 1968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수록곡, 김정일 만세 ­

밤섬해적단은 크게 ‘앞잡이’와 ‘배후세력’으로 나뉜다. 그 중 ‘배후세력’으로서 가사를 담당하는 권용만과의 첫 인터뷰에서 나는 “왜 북한이란 소재를 다루게 되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에 앞서 ‘북한/분단 문제는 현실을 바꾸려는 어떤 기도(企圖)도 곧 정치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음을 통지하는 자동적인 협박’이었다는 서동진의 말을 상기시켜보자. 그리고 다시 권용만의 대답을 거칠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메탈의 전통­>가장 사악한 것을 이야기한다 ­> 사탄 찬양 ­> 한국에서 가장 무섭고 사악한 것 ­> 북한 ­

김수영의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김정일 만세>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름아닌 ‘주어’이다. 만약 당신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위 곡 가사에 나와있는 ‘김정일’ 전부를 ‘박정희’로 바꿔보면 어떨까. 아마 말이 될 것이다. 그럼 ‘전두환’은 어떨까. 역시 말이 된다. ‘이건희’는? 물론이다. 이처럼 밤섬해적단은 사악하고무서운 것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권위를 높혔던 메탈의 전통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언제나 말해왔던, 동시에 두려워했고 아직도 두려워하는 북한을 통해 한국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를 해체하고 조롱한다.

엊그저께 해고당한 화장실 청소부
자신이 왜 짤렸나 곰곰히 생각하네
아무래도 내 자신이 너무 나약했구나
개열심히 변기닦아 식판으로 써야지!

하면된다 정신으로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면된다 정신으로 좌변기를 존나닦네!
하면된다 정신으로 좆빠지게 노력한다!
하면된다 정신으로 내자신을 개조한다!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수록곡, 하면된다 중 ­

2011년 제주도해군기지 반대를 위한 강정마을공연에서부터 명동 철거민 지지 공연 <명동불바다>까지, 밤섬의 음악적 행보는 이 시대의 부조리와 마주하며 소외된 약자들을 응원해왔다. 그러나 제주도 강정마을 공연에서 “우리들이 (주민들에게) 과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라고 용만은 나에게 질문했고 “이런 식의 일방적인 구호들은 자기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조심스레 고백한다. 이후 한미 FTA 법안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날, 여의도로 달려간 용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당시 민주노총이 주도한 집회를 바라보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집회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이러한 경험들은 한미 FTA 반대를 위한 <여의도 소음 대폭격>, <뉴타운간첩파티>등 다양한 공연에 밤섬해적단이 기획/참여하게 되는 계기로 이어진다.

이처럼 밤섬해적단은 클럽과 방송 매체를 통해 데뷔하던 기존 인디씬의 관례를 깨고 철거농성장, 비정규직 연대모임등 사회 속 다양한 공간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2010년 홍대 두리반에서 열린 <서울 대혼란, 가난뱅이 다 모여>, “모두가 희망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절망을 이야기한다” 는 슬로건을 내건 <절망콘서트>등 그들이 함께했던 공연들은 이 시대 터부시되는 사회적 계급들을 적극적으로 호출하고있다.

이렇듯 모두가 세상에 대해 무기력함을 이야기할 때, 자신의 무기력함을 무기로 세상을 향해 일갈하는 밤섬의 음악은 오늘날 신자유주의를 통과하는 한국사회의 시대적 체감에 가깝다. 이러한 의미부여는 대상화의 위험을 감내해야 하지만 밤섬해적단이 가진 노골적인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지지와 안티선언은 ‘88만원세대’라는 미명 아래 20대를 관리해왔던 기성세대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돌파해낸다.

마침내 도래한 신세계, “김정일 카섹스”

어렸을 적부터 삐라를 뿌리고 다니고, 중학교 시절 전교조 선생님을 만나 집회를 나가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는 박정근은 2000년 인터넷에서 만난 권용만과 장성건과 함께 <비싼트로피>라는 레이블을 결성, 밤섬해적단의 앨범등을 제작했다. 그러나 2011년 9월 21일, 박정근은 “김정일 카섹스” “위대한 장군님, 쭈쭈바 사주세요”등과 같은 트윗들과 북한트위터 계정 "우리민족끼리"의 트윗들을 (장난삼아) 리트윗한것을 빌미삼아 2012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2013년 열린 2심에서 무죄로 판결 받았지만 검찰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김정일 카섹스” “한국에선 ‘농담’하면 잡혀간다” ­ CNN, 박정근 구속 헤드라인.
“김정일을 퇴치하자. 병균퇴치, 암퇴치” –박정근(@seouldecadence)

박정근과의 첫 만남은 2011년 오세훈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었던 무상급식 찬반투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은 박정근이 운영하는 사진관으로 찾아와 국보법 위반혐의로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그 때 압수됬던 물품 중에는 ‘박정근 사회자’라는 명패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후 경찰은 ‘사회자’를 ‘사회주의자’의 약자로 보고 압수했다고 밝혔다.

박정근에게 가해졌던 무리한 경찰조사는 MB 정권 이후 경찰 진급을 실적제로 바꾸면서 생긴 예고된 폐단이다. 실제 민주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공안 사건이나 시국사범 발생률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MB정부 들어 바뀐 정책 때문에 일선의 공안 경찰들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우며 마구잡이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경찰조사에 성실히 응하며 <뉴타운 간첩파티>등 국보법폐지 퍼포먼스를 진행하던 박정근에게 ‘재범에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2012년 1월 20일재판부는 변호인단이 제기한 구속적부심을 기각하였다.

검사 “피고인의 친구중에 김정일이라는 친구가 있는가요?”
박정근 : “그 사람은 밤섬해적단으로 활동하던 권용만의 친구입니다.”

검사 : 피고인도 김정일이라는 사람을 알고 있는가요?
박정근 : 예전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검사 : 피고인이 빼빼로 데이에 올린 트위터 글 중에 ‘김정일 장군님 빼빼로로 주세요’에서의 김정일은 북한의 김정일이 아닌 피고인의 친구의 친구인 김정일이 아닌가요?
박정근 : 그건 그런 뜻이 아니고 북한의 김정일을 희화화 한 것입니다.

검사 : (밤섬해적단 앨범을 보이며) 여기 나오는 것이 노래 가사인가요?
박정근 : 몇 개가 그렇습니다. ‘김정일 만세 만만세’ 라는 것들은 노래 가사입니다.

검사 : 그럼 노래가사의 김정일은 친구의 친구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요?
박정근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진짜 김정일로 해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2012년 박정근 1심 공판 내용 中­

법정르포작가로 활동 중인 황진미 평론가의 지적처럼 박정근 사건은 ‘NL’들이 보기엔 괘씸하고, ‘PD’가 보기엔 쪽 팔린, 그리고 ‘농담할게 없어서 저런 걸로 농담하냐’라는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기획되고 완성되었다. 그러나 모두다 알다시피 2012년 1심 유죄 판결 선거 이후 ‘유머를 유머로 받아드리지못하는’ 검찰의 센스부족이 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정근의 트윗 대부분을 ‘의도성이 없는 장난’이라고 판단했으나, 북한트위터 ‘우리민족끼리’의 내용을 반복적으로 리트윗 한 것에 대해“피고 스스로 분명한 이적행위의 목적을 가지고 북한체제에 동조한 것”이라며 국가보안법 찬양 고무죄를 적용, 유죄 판결을 내렸다.

위와같은 판결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김정일 카섹스”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보다 재판부가 ‘re­tweet’이라는 행위의 성격을 ‘동의’라는 의미로 자의적으로 판단 내리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현재 국가보안법상에서는 분명한 ‘이적 목적’을 가지고 선전물 취득/반포 했을 때 그 혐의가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박정근은 자신의 최후 변론에서 “북한 체제를 지지하는 것과 북한을 좋아하는 것은 다르며, 북한을 비판하기위해서 국가는 국민에게 북한에 대해 알 권리도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라고 밝혔다.이처럼 60년대 막걸리 보안법에 이은 ‘트위터 보안법’의 등장은 현재 SNS의 국가검열을 가능케하는 단초가된다. (실제 박정근 구속 이후 항의 차원에서 ‘우리민족끼리’ 리트윗을 했던 나머지 네티즌 역시 국보법 수사 및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와 같은 검찰의 조치는 사람의 생각을 국가가 자의적으로 구분하고 판단한다는 측
면에서 앞으로 사회전체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성경이 진짜인 진짜 이유!
성경에 그렇게 쓰여 있다!

성경이 진짜인 진짜 이유!
성경에 그렇게 쓰여 있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인민을 위한 민주주의 국가다!

왜냐하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민주주의라고 쓰여있기 때문이다!

­-밤섬해적단 1집 <서울불바다> 수록곡, 성경이 진리이듯이­

이 글을 마치기에 앞서 그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직도 영화는 제작 중이고 그들의 삶 역시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람을 조롱하는 게 아니라 생각, 그 조롱하는 대상에 나 자신도 포함된다”라는 용만의 말처럼, 분명한 것은 함께했던 시간 내내 언제나 그들의 ‘삶’보다 ‘생각'들이 궁금했었다. 지난 3년간 내가 지켜본 밤섬은 그 누구보다 인텔리적인 밴드였지만, 언제나 아마추어리즘을 고집했었고, 그 어떤 예술보다 급진적이면서도, 언제나 대부분 ‘안티선언’에 머물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남북한의 냉전적 대립이 이 사회의 폭력성과 맞물려 그들을 세상 밖으로 호출해냈고 박정근의 “김정일 카섹스”, 밤섬해적단의 <서울불바다>는 그렇게 새 시대의 ‘붉은 깃발’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다같이 외치며 남겨진 파편들의 새로운 조각을 맞춘다.

_아트인컬쳐 2014.6월호 기고.